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'정치적 부족주의(Political Tribalism)' 개념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. 미국의 트럼프 현상부터 한국의 극심한 진영 갈등까지, 현대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로 부상한 이 개념은 우리가 속한 집단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방식과 정치적 선택을 결정짓는지를 설명합니다.
에이미 추아(Amy Chua) 예일대 교수의 저서 <정치적 부족주의>는 이 현상을 "인간의 집단 본능이 정치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현상"으로 정의하며, 이는 소속 본능이면서 동시에 배제 본능이라고 설명합니다. 오늘은 정치적 부족주의의 본질, 세계적 사례, 한국 사회에의 적용, 그리고 극복 방안까지 알아보겠습니다.

🧩 정치적 부족주의의 핵심 개념
🔎 정의와 특징
정치적 부족주의란 인간의 기본적인 '부족 본능(tribal instinct)'이 정치 영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합니다. 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집니다:
특징 | 설명 | 예시 |
---|---|---|
소속과 배제의 이중성 |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강한 충성심과 외부 집단에 대한 배제 본능 | 정치 진영에 따른 무조건적인 지지/비판 |
현실 왜곡 | 집단의 목표에 유리한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 | 자신의 진영에 불리한 사실은 부정하는 경향 |
정체성 정치 | 경제적 이해관계보다 집단 정체성이 정치적 선택 결정 | "강남 좌파" 현상 |
감정적 반응 | 이성보다 감정이 정치적 행동 주도 | 상대 진영에 대한 분노와 증오 |
에이미 추아는 "인종은 미국의 빈민을 갈랐고, 계급은 미국의 백인을 갈랐다"는 명제로 이 현상을 설명합니다. 이는 단순한 미국의 문제가 아닌,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적 현상으로 확장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.
🌐 역사적 배경과 이론적 기초
부족주의는 새로운 현상이 아닙니다. 인류학자들은 원시 부족 사회부터 인간이 집단에 소속되려는 본능을 가졌음을 지적해 왔습니다. 그러나 현대에 와서 이 본능이 다음과 같은 요인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:
- 사회적 불안정성 증가
- SNS의 확산으로 인한 정보 거품(filter bubble) 현상
- 경제적 불평등 심화
- 정체성 정치의 부상
특히 에이미 추아는 미국이 다양한 인종과 민족을 포용하는 '슈퍼 집단(super group)'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가면서 내부적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.
🌍 정치적 부족주의의 세계적 사례
미국: 백인 노동자 계급 vs. 코즈모폴리탄 엘리트
2016년 트럼프의 당선은 정치적 부족주의가 낳은 대표적 사례입니다. 미국 사회는 두 개의 백인 부족으로 분열되었습니다:
- 코즈모폴리탄 엘리트: 고학력, 도시 거주, 다문화 수용. 자신을 "세계 시민"으로 인식
- 백인 노동자 계급: 교육 수준 낮음, 농촌/중서부 거주, 애국심 강조. "미국을 다시 위대하게" 구호에 공감
흥미롭게도, '점령하라(Occupy)' 운동 참여자의 81.2%가 백인이고, 절반 이상이 소득 7만 5천 달러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. 이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를 주장하는 운동이 정작 빈곤층을 포함하지 못한 아이러니를 보여줍니다.
⚔️ 국제적 갈등: 베트남, 아프가니스탄, 이라크
에이미 추아는 미국의 외교적 실패 원인을 부족 정치 간과에서 찾습니다:
국가 | 미국의 오판 | 부족주의적 현실 |
---|---|---|
베트남 | 중국 공산주의의 확장으로 간주 | 실제로는 베트남의 화교(중국계)에 대한 투쟁 |
아프가니스탄 | 단일한 국가로 접근 | 14개 부족(파슈툰, 타지크 등)의 복잡한 역학 관계 |
이라크 | 후세인 제거 후 민주주의 정착 예상 | 수니파와 시아파의 오랜 갈등 무시 |
이러한 사례들은 정치적 부족주의를 이해하지 못할 경우 어떤 비용을 치르게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.
한국 사회와 정치적 부족주의
🔥 한국형 정치적 부족주의의 특징
한국 사회에서도 정치적 부족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:
- 진영 논리: "우리는 선, 저들은 악"이라는 이분법적 사고
- 팬덤 정치: 특정 정치인에 대한 맹목적 지지
- 세대 갈등: MZ세대 vs. 기성세대의 대립
- 지역감정: 영호남 갈등의 지속
2022년 한 기사는 "21세기의 문명국가, 대한민국에서 '정치적 부족전쟁'이 한창"이라고 지적하며, 이는 정부여당과 야당이 각각 '신 적폐청산'과 '편파적 수사'를 명분으로 부족의 사활을 걸고 대립하는 상황을 비판했습니다.
📊 한국 사회의 부족적 분열 지도
분열 축 | 주요 특징 | 현상 예시 |
---|---|---|
진보 vs 보수 | 이념을 중심한 극심한 대립 | 토론 문화의 붕괴 |
세대 간 갈등 | 청년 vs 중장년의 가치관 충돌 | 주택 정책 논란 |
지역 감정 | 역사적 지역 갈등의 지속 | 특정 지역 출신 정치인에 대한 편견 |
계층 갈등 | 경제적 불평등 심화 | 반기업 정서 대 기업 옹호 논리 |
에이미 추아의 분석을 한국에 적용하면, 단일 민족이라는 신화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는 다양한 축을 따라 부족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.
💡 정치적 부족주의의 극복 방안
🤝 대화와 다양성 존중
에이미 추아는 정치적 부족주의의 해법으로 '대화'와 '다양성에 대한 존중'을 제시합니다. 그녀는 "상이한 집단에 속한 개개인이 서로를 인간으로서 이해하고자 할 때 실제로 막대한 진보가 이뤄질 수 있음"을 강조합니다.
🧠 자기 성찰과 균형의 힘
한국 언론은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자세를 권장합니다:
- 상대방에 대한 선입견 버리기
- '균형의 힘' 키우기
- 보수는 진보의 충고를, 진보는 보수의 고언을 경청하기
- 부족 내부의 문제에 대한 자기 성찰 실천
특히 "보수는 보수를 비판하고, 진보는 진보를 비판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치적 부족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"는 지적은 의미가 깊습니다.
🌉 초월적 가치의 모색
정치적 부족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집단의 이익을 넘어선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필요합니다. 에이미 추아는 역사적으로 이러한 초월적 가치들이 사회 통합에 기여한 사례를 강조합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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✍️ 마치며: 부족주의를 넘어서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하여
정치적 부족주의는 한국과 전 세계적으로 더욱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. SNS 알고리즘과 극심한 정치적 양극화는 우리를 점점 더 배타적인 부족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. 그러나 역사가 보여주듯, 부족주의는 결국 사회 전체의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.
에이미 추아의 <정치적 부족주의>가 제시하는 통찰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: 우리는 과연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?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속한 '부족'을 인식하고, 그 너머를 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.
"개인이 제정신이 아닌 것은 드문 일이지만, 집단은 제정신이 아닌 게 정상이다"라는 니체의 말처럼, 우리는 집단적 광기에 휩쓸리지 않을 개인적·사회적 면역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. 그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미래일 것입니다.